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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섹스/그남자

아저씨


홍은 팔딱이는 생선같은 사람이었다. 적어도 내가 기억하기론 말이다.
남들에 비해 일찍 한 결혼만 아니었어도 당장 직장을 때려치우고 활동가로 살고싶었던 사람이었다. 체크남방을 즐겨입었고 항상 배낭을 메고 다녔다.
경상도 사투리 약간 섞인 말투에 한진지했던 그와 나,명 셋은 대학원 수업 중간중간
계단서 연기를 피우곤했다. 살맛나는 세상을 어떻게 만들것인가, 계단서 우리는 제법진지한 날들을 보냈었다.

그리고 오늘 7년만에 홍을 만났다. 우연히.
조직가 훈련을 신청한 그의 서류를  보니 격세지감.
강의시작후 뒤늦게 문을 연 홍을 보는 순간 또한번 격세지감.
그는 살이 무려 10킬로나 쪄있었고, 소복했던 곱슬머리가 슝슝 뚫려있었다.
그동안 술을 너무 많이먹어서 말이야... 쑥스럽게 웃는다.
우린 그때처럼, 쉬는 시간을 빌려 옥상서 연기를 피웠다.

참 반가운 친구다.
교육훈련 중간중간 그가 웃겨주니, 긴장이 풀리고
친구가 트레이너로 앞에 앉아있어서 불편할 만도 한데
진지하게 훈련내용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니 고맙기조차 하다.

그리고 홍은 그동안 정말 중요한 일을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왔었다면서
아무래도 이 교육훈련을 통해 가슴깊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무언가가 생길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7년전, 연기피우며 나눴던 열정을 회복하고 싶었나보다.

하지만, 이를 어쩌나.
정작 나는 에너지가 소진되서, 다시금 훈련생으로부터 열정을 흡입하고 싶은 심정인데.

홍~ 반갑다.
다시 팔딱이는 조직가로 거듭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