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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기

쉼. 자유와 불안

5년 동안의 상임트레이너를 잠시 내려놓기로 했다. 조직안에 속해 있다는 소속감과 고정적인 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안정감은 나를 성실한 자로 만들어 주었다. 위험성을 무릅쓰고 개척할 일도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을 일도 없이 지내다보니 나는 그 틀을 벗어나서 홀로 설 수 없게 되었다.

 

조직의 바깥에서 선안으로 들어오니 이제는 그 중심으로 자꾸 나를 밀어넣고. 본의 아니게 나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남들이 기대할 수록 나는 부담스러워졌고. 동시에 기대에 부응하려 참고 인내하는 나는 점점 욕심쟁이가 되어갔다.

 

욕심을 내려놓기로 했다. 안정과 소속감을 벗어놓고 떠나기로 했다. 불안하고 달콤했던 지난날이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권력화되어가는 나를 이때가 아니면 되돌릴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찾는이가 많을 수록, 믿는 이가 많을 수록,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질 수록 나는 그들을 콘트롤 하려고 하고, 내 맘되로 되지 않는 상황에 불같이 화내며 점점 이상한 사람으로 변화해 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용기를 냈지만. 역시나 나는 나를 아직도 필요로 하고 있는 조직과 사람에 안도하고 협상이란 걸 했다. 그건 어쩌면 조직이 나를 간절히 원해서가 아니라 아직 완벽하게 내려놓을 수 없었던 나의 선택이었던 것이다.

 

명분이 좋아서 다들 나를 위로하고 쉴 때가 되었다고, 혹은 안쓰럽게 보기도 하지만 나는 안다.

난 이때가 아니면 다시는 현장을 갈 수 없고, 난 현장성이 떨여져서 교수의 낡은 노토처럼 누렇고 질겨질 것이다.

 

내 목표가 무엇이던가. 고상하고 섹쉬하게 늙어가는 것 아니던가.

자유의 이면엔 불안이 있고. 그 불안을 두려워하면 절대 자유로워질 수 없다.

불안도 삼킬 만큼의 고요한 인간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 다시 하루하루를 기록하고

나의 몸과 삶을 아껴가며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