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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마돈나 출간/보노보,사랑을나누다

소설

배설이 아닌 소통으로써의 글이라면
익숙한 이야기를 써야 안다.
온전히 상상력만으로 이상향을 그린다면 두쪽도 채우지 못하고 좌절할 것이다.
물론, 재미도 없겠지.
억측이 난무하는 문장은 포장하기에 급급할 것이고
내것이 아닌 이야기는 내자신하고도 소통을 포기하고 돌아설 것이다.
독자일때의 눈높이를 잠시 접고, 나에게 익숙한 이야기를 쓰기로 했다.

대전 계룡산 갑사의 한 펜션서 우리는 만났다.
촛불집회로 주말마다 피곤을 일상화하던 우리들은
간만에 시골길을 느리게 걸었다.
소주가 든 검정비닐봉투를 덜렁 들고 농활온 대학생처럼 정자를 찾아헤맸다.
오로지 대화를 위해서다. 그간 단절되었던 넷은 각자의 파란만장한 스토리를 안고 돌아왔다. A도, B도, C도, 나도.(나만, 제자리였나?)

판매용 글을 위해서 운동권 저자임을 극도로 자제했었다.
그러나 난 4명의 운동과 사랑을 나누면서, 이것이야말로 나에게 익숙한 것임을 알았다.
그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생긴다.
우리는 왜 운동권인가?
맘껏 사랑하고, 편하게, 자유롭게 살기위해서 운동한다.
본래, 싸움이나 폭력은 우리것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평화와 통일을 위해, 억압과 불평등에 저항하고 있다.
그공간에서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람을, 평화를,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어떻게 정이 통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비열한 자본주의를 몸소 겪고, 엎친데덮친겪으로 관계의 실패를 맞이했으나
깊은슬픔을 통해 성장했고, 그의 성장을 알아본 그녀와 사랑중인 A
서울놈이 투쟁의 현장으로 삶의 거처를 옮긴후 배밭을 건너 후배의 집으로
바래다주다 그녀와 사랑하게 된 B
아시아를 오가며 인권운동에 참여하다 특별한 사랑을 경험하고 있는 C
그리고 나.

옻닭을 먹으며 촛불집회로 피로해진 몸을 보양하며 늦은밤까지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는 즐거운 대화를 나눴다.
그 대화는 우리들의 관계도 보양해주었다.

쓸거다.
사랑하지않을수없는 공간에서의 사랑. 운동으로 특별한 사랑을 시작했으나, 평범한 소유가 이뤄질 수 없는 조건들로 헤어짐을 반복해야 하는 운명의 운동권!!!!
ㅋㅋㅋ 90년대 이후의 운동권 사랑이야기? 진부한가?
그래도 좋다. 나에게 익숙한 이야기를 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