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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동부칼럼>용산참사는 천호동의 미래다

용산참사가 남의 일이라고요? 돈을 더 받아내려고 욕심부리다가 목숨까지 잃었다고요? 왜 격하게 화염병을 던졌냐고요? 재개발 현장에서 반복되는 집회와 강경진압, 물리적인 충돌과 뉴스보도, 70년대 이후 끊임없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는 우리사회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어쩌면 성장을 위한 성장통쯤으로 가볍게 넘겨왔던 것은 아닐까요?
천호동뉴타운도 예외는 아닙니다. 뉴타운지구로 지정해달라는 서명용지를 들고온 분께 "우리는 뉴타운을 반대합니다"라고 말했더니 요즘 유행하는 '사이코패스'보듯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돌아가신 분이 있습니다. 그만큼 개발에 대한 기대심리는 너무 일반적인라는 이야기겠지요. 재개발을 눈앞에 두고 있는 천호동 지역의 주민들은 과연 개발이익을 볼 수 있을까요? 80% 이상이 세입자인 천호2동의 뉴타운지구 주민들은 다른지역으로 이사가서도 비슷한 주거환경에서 살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보상을 받고 떠날 수 있을까요? 이건 망상입니다. 60,70년대 개발이익으로 부자된 소수의 부자들이 심어준 헛된 비전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지금 우리의 미래를  뉴스에서 보고 있습니다.

용산의 주민들은 몇달 전만 해도 장사를 하던 분들이었습니다. 호프집이나 복집을 하며 가족의 생계를 꾸리던 보통의 자영업자였지요. 권리금이며 보증금 인테리어비 등을 들여 장사를 시작했던 분들이 고작 투자비의 반도 안되는 보상을 받고 쫓겨났습니다. 정부가 나서서 주민의 억울함을 들어보기는 커녕 용역업체와의 전쟁을 부추겼습니다. 대신 손에 피묻히지 않겠다는 전략이었겠지요. 생계에 위협받는 주민이 저항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강력하게 대응하고 불법으로 물대포쏘고, 위협하고 주먹다짐하는 용역업체는 처벌조차 하지 않으니 개발앞에 짓밟히는 것은 건물주를 제외한 서민뿐이었던 겁니다. 만약 당장 내가 이런 일로 밟혔다면 꿈틀거리지 않고 기꺼이 보따리 싸서 나갈 수 있었겠습니까? '저항'은 본능에 가깝습니다. 처음에는 억울하게 쫓겨나는 데 대한 분노였겠지만 이들이 망루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아무도 이 억울함을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지방자치단체는 물론이요, 경찰은 용역의 편에 서 있으니 주민은 어디에 하소연 할 수 있었겠습니까? 주먹이 법보다 가까운 현장은 바로 재개발 현장입니다.

용산만 예외였을까요? 용산은 천호동의 미래입니다. 분노하지 않고 저항하지 않는다면 조용히 재개발이 이뤄지겠지요. 하지만 조용하다고 해서 세입자들이 더 나은 주거환경에서 살 수 있을 까요? 건물이 번듯해지면 가격이 오르고 다시 살던 터전으로 이사오려 해도 상승한 집값을 그동안 벌었을 턱이 없으니 돌아올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재개발이 시작되면 그곳의 건물주나, 땅주인은 개발이익을 얻고 건축업자는 신이 납니다. 몇번씩 거래가 거듭되면서 몇몇은 돈을 벌고, 그저 터전잡아 근근히 살아오던 세입자들은 쫓겨납니다. 단순히 거처를 옮기는 수준을 넘어 이웃들과 생이별을 할 뿐 아니라 삶의 동선까지 흐트러집니다. 보상이 턱없이 작아 저항을 할라치면 목숨을 내걸고 거대한 정부와 싸워야 합니다. 보상금을 더 챙기려는 욕심이라는 주변의 시선과도 싸워야 합니다. 소수의 부자였던 이들은 고상하게 앉아서 돈을 벌고, 가난했던 사람들은 각종 '불법'의 낙인이 찍힙니다. 이것이 바로 재개발의 법칙입니다.

2월 14일은 용산참사 관련 범국민 추모대회가 있습니다. 건물밑에 매트리스도 깔지 않고 죽음을 방관한 정부는 살인정부입니다. 아니죠. 개발과 성장의 추억을 추억하며 '개발'이라 하면 물불가리지 않고 환호하던 우리사회가 살인사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천호동도 가까운 미래에 짐보따리를 싸야합니다.  따라서 강동지역의 주민은 용산참사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만으로는 안됩니다. 왜, 도대체, 재개발의 법칙은 수십년이 지나도록 반복되고 있는지 반성해야 합니다. 혹시 성장과 개발의 망상에 우리가 젖어있는건 아닌지. 먹고살기 바쁘니 남의 일에 신경쓰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용산의 주민도 먹고살기 바쁜 우리들과 다르지 않은 이웃이었습니다.

순환되는 재개발의 법칙의 고리를 끊고 싶습니다. 솔직히 천호동의 미래라고 생각하니 두렵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