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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동부신문 칼럼>지역커뮤니티, 언론을 살려야


사람들은 무리짓는다. 아무리 개인주의를 거론한다 하더라고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다. 현대사회에서 개인이 자신의 필요충분조건을 모두 채우기에 아주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결국 혼자 살기 힘든 것이 인간이라는 종족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무리짓고 소통하며 필요한 정보와 재화를 나누며 살아간다. 정보에 있어  맛집을 공유하는 단순한 정보부터, 사회적 동물로 살아가기 위한 균형잡기에 필요한 고급한 정보까지 어느것 하나 필요하지 않은 게 없다. 공동체로 산다는 것은 개인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고도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뜻이며, 좀더 길고, 좀더 윤택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한다.

필자는 지역언론 기자였다. 공동체라고 하기에 너무 광범위한 국가차원의 정보가 오가는 중앙일간지와, 쉴새없이 업데이트되는 발빠른 인터넷 정보 사이의 틈새는 분명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아니, 틈새라고 표현하면 섭할 정도로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지역커뮤니티로서 살갗에 닫는 체감의 필요성은 중앙일간지와 비교할 바가 못되며,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혹은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옆동네에서 무슨 사건이 발생했는지 등등 공동체 내의 사건사고는 물론, 정치적, 사회적, 교육적 이슈를 세밀하게 다뤄주는 지역언론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운영이 문제였다. 권언유착의 고리를 끊고자 계도지를 과감히 거부하고 나서기도 어려웠다. 시민단체에서 계도지 폐지를 운운했지만 솔직히, 중앙일간지도 어려운 마당에 구독자도 적고, 광고따기도 힘든 현실에서 지역언론의 생존은 녹녹치 않은 일임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기자의 양심으로 계도지 예산을 과감히 삭감하기를 바랐으나, 신문사가 있어야 기자도 있다는 생각에 주저하기도 했음을 고백한다. 아직도 계도지 예산에 목메달고 어쩔 수 없이 지방자치단체가 원하는 내용을 써야하는 많은 지역언론을 생각하면, 마냥 비난만 하기 어려운 이유다.

지금은 지역언론에 적을 두고 있지 않다. 그래서 어쩌면 아프지 않고도 염려할 수 있게 되었는지 모른다. 그동안 다양한 사회적 이슈와 사건을 중심으로 칼럼을 써왔으나 문득 신문사의 재정이 우려됐다. 올해부터는 원고료를 받고 칼럼을 쓸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하지만, 꼬박꼬박 발행되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는 걸 잘안다. 아무리 노력해도 늘지 않는 구독자, 때문에 쥐꼬리만한 광고비도 거의 구걸하듯 받아야 하는 현실을 버텨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란걸 왜 모르겠는가.

웃긴건,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들은 계도지 예산을 받으며 구청의 등이나 긁어주는 신문사의 기사는 찾아 읽지 않으면서 과감히 계도지를 포긴한 신문은 찾아서 읽는다는 것이다. 그것도 구독은 하지 않고 신문배포대에 꽂혀있는 신문으로 말이다. 그만큼 지역에 영향력을 미치면서도 실익은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안타깝다. 기자 몇몇의 생계도 중요하지만, 지역언론이 무너지면 지역 커뮤니티도 무너지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누구와 이웃하여 정보를 나누고, 누구와 교류하여 재화를 나눌 것인지, 무엇보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이라는 말이 있듯이 개인의 삶을 윤택하게 하기 위해 어떻게 지역정치를 이끌어 가야할 지 방향등이 되어줄 매개가 없다는 건 공동체가 균혈된다는 뜻이다.

행복하게 살고 싶은 지역주민에게 강권한다. 제발, 지역신문 구독좀 해주시길 말이다. 필자가 지역언론에 기고한다고 해서 사주받은건 아니다. 계도지 거부한 언론이 당당할 수 있듯이 원고료 받지 않는 필자로서 당당하게 권할 수 있는 것이다.  너무 강조하면 강조하지 아니한만 못하다는 것을 알지만, 자꾸 어려워지는 지역언론의 운영이 심히 걱정되서 이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