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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노란풍성이 무서운 MB의 새해(동부신문 칼럼)

폭죽소리가 요란한 2008년 12월 마지막날. 보신각 종소리를 기다리며 시민들은 하나둘 모여들었다.월드컵과 촛불시위로 광장문화가 익숙해진 시민들 전부가 설레는 새해를 기대하며 모이진 않았다. 추운 겨울 초등학교 마지막 학기를 마쳐갈 즈음 담임선생님을 잃어버린 아이들의 교육권과 어이없이 해임당한 교사들의 교권을 회복하기 위하여 출근투쟁이 이어졌고, 선생님의 복직을 요구하는 노란풍선을 새해첫날 하늘에 높이 띄우려 했다. 설렘과는 거리가 먼 의연한 투쟁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물리적인 투쟁과는 거리가 먼 평화로운 의사표현정도였다. 학부모들이 모여 5천개의 풍선에 헬륨을 넣어 시민들에게 나눠주려고 했으나, 경찰은 풍선을 단속했다. 정치적 구호를 적은 물건을 들고 있는 것은 불법집회라는 이유에서다.
풍선은 노란색일 뿐이고 선생님을 돌려달라는 문구만 새겼을 뿐이고, 헬륨때문에 너무나 가벼원서 하늘을 날 뿐이고 바늘한방에도 터지고마는 나약한 존재일 뿐인데, 경찰은 풍선을 나눠주려는 사람들을 물리적으로 막고, 해임당사자인 교사를 연행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함성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보신각 종을 울리고자 카운트다운을 하자, 폭죽소리를 묻어버릴만큼 큰 소리로 야유를 퍼부었다. MB아웃을 외치는 시민들의 함성소리는 행사를 진행하는 진행자의 멘트나, 오세훈시장의 인사말 등을 무색하게 했다. 시민들은 실시간 생중계하는 행사를 전광판으로 확인해가며 타이밍을 맞춰 의사표현을 했다.
그러나, KBS중계는 그자리에 참여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삭제하고 박수소리까지 덧붙여서 방송에 내보냈다. 보신각 앞에 없던 시청자들은 시트콤을 보는 기분이었을 터. KBS PD들만 있었다면 새해타종행사가 생중계가 되었겠지만 MBC도 있고 인터넷 방송도 있으니 시트콤임이 밝혀지고 말았다. 그 자리에 있었던 필자도 눈 시퍼렇게 뜨고 그 현장을 본 증인이다.
새해는 억압으로부터 시작됐다. 자유의지를 억압하는 MB는 헬륨풍선까지 막을 정도로 조금의 자유조차 인정하지 않았다. KBS는 사장만 바꿨을 뿐인데 새해벽두부터 원치도 않는 시트콤을 편성해 방송에 내보냈다. 소수의 지배세력이 방송을 장악하면 이렇게 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코메디가 아닐까 싶다.
암울하다. 전세계적인 망신이기도 하다. 한국에 살고 있다는게 창피하다. 그래도 허무주의로 빠질 수는 없다. 정치에 냉담해질수록 억압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기 때문이다. 새해벽두의 폭죽은 폭죽이고 노란풍선은 노란풍선이고 함성은 함성이었다. 폭죽도 인정하고 노란풍선도 인정하고 함성도 인정하는 자유로운 국가에서 살고싶다. 그래서 이땅을 떠나지 않을거라면 더욱더 정치에 민감해져야 한다.
우선 강동지역에서는 일제고사때 현장학습을 가겠다던 아이들을 인정했을 분인데 교단에서 쫓겨나신 선생님들의 복직에 힘을 보태야 한다. 선사초등학교와 길동초등학교 학부모들 뿐 아니라 지역사회가 함께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남일이 아니다. 우리의 아이들도 선생님을 언제 어떻게 빼앗길지 모르며, 아이들조차 억압에 순응하는 무기력한 사람으로 성장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방송을 주목하자. 다양한 정보망 중에서 가장 많은 영향력을 미치는 방송이 소수의 정치세력이나 재벌그룹의 손아귀에 들어간다면 우리의 자유는 쥐도새도 모르게 살인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소처럼 우직하게 저항하자. 자유를 찾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