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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루는


반복되는 건 먹고 자는 것 밖에 없다. 하루가 이리도 다이나믹하신지. 그나마 가장 평범한 하루는 어제.

7시30분 기상. 학토이기에 토욜날 늦잠잘 수 없다. 따님 밥상 차려 먹이고 학교 보낸뒤 다시 침대로 슬라이딩.
깊은 잠과 몇번의 꿈을 꾸고 다시 11시 기상. 복남이가 마구 싸댄 오줌과 똥을 치우고 집안청소. 몇년전만 해도 주말마다 대청소를 했는데 아마도 그땐 뻣친 열정을 쓸데가 없었던 듯.
장마철이라 꿉꿉한 빨래에서 냄새가 난다. 몇개는 샴푸를 풀어서 다시 빤다. 세숫대야에 넣고 보니 모두 내빨래. 어쩜 이리도 이기적이신지. 다시 널고 선풍기를 틀어 환기 겸 건조를 시킨다.

따님 하교하시자마나 가방을 던지고 벌러덩 눕는다. 나는 점심을 차린다. 지난주에 부산 대연우암마을 할머니가 가르쳐주신 방식으로 초절임에 도전. 주말농장서 따온 깻잎과 양파, 오이, 고추를 넣고, 물,간장,식초,설탕,소금을 배합하여 팔팔 끓인뒤 붓는다. 맛을 보니 괜찮다. 너무 대견하여 엄마에게 한통 드리기로 한다.
냉동실 새우를 넣고 된장을 끓이고 군만두 굽고, 열무김치와 낙지젓, 멍게젓, 깻잎김치, 김을 놓고 미친듯이 드셔주신다.
물론 벌러덩 누워있던 따님 얼른 식탁에 앉아 드신다.

설거지 하다보니 울화가 치민다. 따님 방이 너무 지저분 했던 것. 치우라고 잔소리 하자 치우는 척 한다.
난 질문한다. "넌 가장 행복할 때가 언제야?" 따님 "컴퓨터로 방송을 보면서 종이접기 하는거"
그거 하려면 우선 치우라고 한다. 조건부 잔소리. 이리 달래고 저리 달래고 설명하지만 무기력한 따님을 보니 화도 나고 우울해진다. 저것이 다아~ 지에미 탓이란 말인가.

치우다 말고 숙제 한줄 하고, 숙제한 줄 하다말고 방송을 본다. 방송을 보다말고 복남이랑 논다. 절대 산책이나 바깥놀이는 안한다. 그냥 집에서 뒹굴거린다. 정말 넌 좋겠다. 뒹굴거려서.

나는 차를 몰고 용인으로 향한다. 엄마 모시러 간다. 월 2회 정도 효도하기 위한 것. 엄마는 이것저것 반찬을 준비해두셨다. 엄마도 월 2회 정도 다큰 자녀 양육을 위해 해쓰신다.  이것이 호혜인가? 엄마를 모시고 집에 온다.
엄마가 좋아하는 사우나와 때밀기. 그런데 회를 드시고 싶단다. 비용생각에 잠시 머뭇거렸으나 이런데 아끼고 싶지는 않아서 그냥 회를 먹는다. 엄마, 나, 따님 배터지게 먹는다.

요즘 우울의 원인은 몸. 살찐다기 보다 붓는것 같다. 무기력해지는 것이 싫어서 헬스장을 끊으려 갔다. 큰 결심 했건만, 문닫았다. 망했나부다.

브래이지어 바깥으로 나온 뱃살에 놀란다. 아무래도 사우나를 가서 땀이라도 내야겠다. 나 혼자 갔다. 그 시간이 9시 30분. 세시간 정도 혼자 땀도 내고 열심히 뱃살 문지르고 얼굴 문지르고. 그래도 여전하다. 갑자기 다이어트를 해야겠단 생각. 몸이 무거우니 만사가 귀찮아진다.

따님이 이해된다.

도대체 먹고 싶은대로 먹고, 마시고 싶은대로 마시면 왜 이런 죄앙이 온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