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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이 무엇이냐

한낱 내 작은 삶조차도 '해방'의 댓가를 치룬다.

해방의 크기만한 고통과 상처로 다리놓아진 곳을 오로지 홀로 걸어야 하고

지탱하기 힘들 정도의 바람을 맨몸으로 견뎌내야 하고

아무도 손잡아주지 않는 그 다리에 서서

비틀거리며 꼼지락걸음으로 진보한다.

 

 

함께 웃던 이들은 뒤에 물러서 있고

나의 작은 상처에도 찡그리던 사람은 돌아섰다.

훈훈하게 안아주던 가족들은 나를 말리고

제도의 힘을 잃어버린 세상은

나의 결단을 놓고 비난할 준비를 한다.

 

한낱 내 작은 삶조차도 해방의 크기만한 피를 흘리는데

억압의 고리를 끊기 위해 목숨을 내놓았던 이들의

댓가는 얼마나 아팠을 지. 나도 이렇게 아픈데 말이다.

 

해방이 무엇이냐.

모여있지만 결국 돌아와 내 작은 방에 누우면

오로지 홀로 걸어야 하고

홀로 맞서야 하고

홀로 견뎌야 한다.

 

그리고 마침내

해방이 오면

물러섰던 이들이 다가와 어깨를 쳐주리라.

 

어쩌면

그 정도만 함께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개인의 해방은 그들도 홀로 겪고 있을테니까.

 

가늠할 수 없는 타인의 고통앞에서

서운함은 털어버리고

정신 바짝 차리고 홀로 시간을 걷고 있다.

 

오로지. '존재'로 살기위해

'해방'의 결론을 마주하기 위해.

 

많은 것을 잃고 나서야

난 드디어  이 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