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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섹스/그남자

하나도배우지못할것이없다



A군에게
제천역전에서 군청색 트렌치코트를 휘날리며 들어서는 너를 보았지.
꽤 춥고 꾸물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난 너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어.
앞으로 널 사랑하게 될 것이라는 예감을 말이지.
하지만 말야. 10명이나 되는 우리 조직에서 공평한 관심과 우정을 위해 난 눈을 피해
쪽지를 날릴 수밖에 없었지.
탁구대 넘어 쪽지를 내게 보이며 환하게 웃던 너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늘 니옆에 서면 작아지는 나. 너의 부탁은 하늘이 무너져도 들어줄수밖에 없었어.
도서관 자리잡기, 책반납해주기, 하다못해 복사하기 또한.
그저 날 찾아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하던지.
방학이면 연가를 날렸으나 감감무소식.
영화보자고 내게 답장했다며? 근데 왜 그편지는 내손에 전달되지 않은거지?
내생일날 10명의 조직원과 나이트클럽서 만취한 나를 업어주려 했던 너.
우정을 나누던 나의 친구년은 굳이 니 등에서 나를 끌어내려서 지가 날 데리고 가겠다고 했지. 왜 그때, 억지로 업고 날르지 않았지? 너의 군입대 전, 난 당일날, 친구년의 통보만 받았을 뿐이야.아니, 왜 그년은 지만 그 송별식에 참석했냐고.
난, 네게 적극적일 수 없었어. 우린 동성동본이잖아.
이런 제길, 호주제도 폐지된 마당에, 빌어먹을 동성동본 타령이냐구.
난 배웠지, 사랑은 시네루만 줘서는 죽도밥도 안된다. 제도가 사랑을 통제할 수 있다면 이미 사랑이 아니다. 변명이 많은 비극 또한 사랑이 아니다.

B군에게
너처럼 시니컬한 허무주의자가 어떻게 이덕화로 변화할 수 있었지?
넌, 내가 흘깃거리며 소유하고자 했던 작은 소품들을 기억해뒀다가 결정적일때
내밀곤 했어. 동전지갑, 티셔츠, 삔 등 사랑과 정열을 나에게 바쳤지.
심지어 엄마화장대를 뒤져서 향수를 선물하기도 했지. 절도를 가능케한 너의 사랑, 지금생각해도 참 고맙다. 우린, 늘 을지로 쁘렝땅 백화점에서 접선했지. 서울지리 모르는 촌년을 이리저리 데리고 다녔어. 음악다방, 비싼 레스토랑, 서점, 만화방, 오락실, 당구장.
난, 네 덕에 가락과 시네루, 맛세이 등에 익숙해지기 시작했지.
스트리트화이터에서 너와 붙을때는 그야말로 사랑이 그대로 끝장나는줄 알았다구.
돈벌어야 사는 소녀가장을 위해 넌 용돈의 대부분을 나에게 뿌렸고 심지어 나와 함께 알바를 하기도 했지. 너같은 개인주의자에게 알바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어.
하지만, 서태지의 ' 난 알아요'를 들으며 엉덩이를 흔들던 너의 지극한 사랑을 잊을 수 없다.  너의 20대의 열정과 호기심은 오랫동안 순수(?)한 사랑을 유지하고픈 나의 거짓된 욕망과 매번 갈등했고 넌 군대로 휘리릭 떠나버렸다.논산훈련소를 나오며 평생 흘릴 눈물의 30%는 쏙 뺀것 같다.  난 취직해서 정장차림의 멋진 선배들에게 눈이 뱅글뱅글 돌아갔고 외롭고 쓸쓸한 네겐 멋있다고 쫒아다니는 여자후배들이 생기기 시작했지.
그리고 결혼했다지? 넌 결혼을 앞두고 내게 이야기했어. "가슴졸이던 대학시절의 사랑은 잊고 싶다고" 나땜에 참 많이 아팠나부다. 그래서 깨끗이 손씻겠단 말이지? 하지만 말이야. 난 잊을 수 없다구. 지금까지도 집안 곳곳, 책 여기저기에 네가 그려넣은 만화때문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네가 준것, 네가 그려준것, 네가 해준것, 너와의 여행, 불같이뜨거운열정으로 인한 변덕스러움을 지구력있게 받아준것, 무조건 사랑해준것, 무조건 예뻐해준것, 무조건 아껴준것, 그 흔적을 지우는건 불가능해. 그래서 생각해.
난 배웠지,사랑은 주는 사람이 무조건 이기는 것이다. 사랑앞에서 섹스만큼 순수한건 없다고. 제기랄, 처녀막을 지키려는 거짓된 완고함은 쌈싸먹으라규~

C군에게
우리가 사귄다고 느끼는 순간은? 가장 친한 사람에게 나를 소개할때?
무려 10살이나 어린 여친을 마구 소개했지. 직장 동료, 선후배 등등. 내또래 그의 후배남자들은 형수님이라며 깍듯이 모셨지. 마치 벌써 싸모님이 된 기분였다구.
소개팅 첫날부터 뾰족구두 신고 넘어져서 피범벅을 한 나의 등장에 당신도 놀랐겠지만 나도 놀랐어. 징박힌 부츠에 팔찌가 주렁주렁 달려있던 당신. 락커도 아니고 말이야. 그 자그마한 체구가 그 장신구들를 어떻게 받치고 있었을지, 키 안자라, 조심하라규.
하지만 나이가 많아서인지, 당신은 굳이 내가 머리굴리지 않아도 좋은 장소 좋은 먹거리로 안내하곤 했지. CF감독답게 끊이지 않는 재미난 에피소드를 알려줬고, 하룻밤 원하는 많은 쭉쭉빵빵 연예지망생을 물리치고 나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자주 강조했지. 고마워하라는 이야기인지 원.
매너는 짱이었어. 항상 집앞까지 차로 데려다 주었지. 나의 진지함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리는 재주가 있었어 당신은. 인생 뭐 별거 있어? 하며 맛있는거를 입안에 가득 넣어주곤 했어. 그땐 음주단속도 별로 없었던것 같아.
만취해서 한강을 달린게 몇번이냐고. 시시때때로 섹스를 시도했지.
난 순간적으로 다리를 뻣어 당신을 날려버리곤 했어. 어찌나 체구가 작으시던지
나의 근육질 다리를 이겨내지 못하시더군. 쪽팔리게 해서 정말 미안해.
그러고도 한번 잘해보고 싶어서 내가 연락했지만 당신은 칸으로 떠나버렸더군.
실은 떠난 게 아니라 전화를 거부했던 것으로 기억해.
당신을 소개한 선배가 그러더군 "마돈나, 네가 너무 어려서 싫다네"
난 배웠지. 사랑엔 힘조절이 필요하다고. 몸은 무의식이라는 칲을 저장해놓고 시시때때로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작동하곤 한다는 걸. 난 확실히 그를 사랑하지 않았던 거지.

D에게
우선 미안해. 10시간정도밖에 함께하지 못해서 얼굴도 기억나지 않네.
난, 20대 말에 처녀딱지를 떼고 싶었어. 몸이 자유로울 수 없으면, 영혼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 난 주먹을 불끈쥐며 각종 모임에 미친듯이 다녔어.
웃긴건 발정난 암캐의 냄새를 너는 맡았다는 거야. 내가 그닥 매력적 외모를 지니지 않았음에도, 내가 눈을 맞추거나, 유혹하지 않았음에도 2, 3차 까지 줄곧 따라왔지.
밴드동아리축제에 모인 40여명은 20여명으로 10여명으로 나중에서 당신과 나, 내친구 셋이 남았었던것 같아. 사당역 근처 친구의 자취방에서 우린 미친듯이 소주를 마셨지.
내가 취할때를 기다렸겠지만, 정말 미안해. 난 소주로는 왠만해선 맛이 가지 않거등.
나도 그런 내가 답답해서 마구 들이부었지만, 정신만 더욱 총명해지는거 있지.
당신은 작업에 들어왔고, 난 총명해진 정신으로 결심한 바를 수행하겠노라고 어금니를 깨물었어. 그래, 적극적으로 해보는 거야. 근데 이를 어째? 당신이 술을 넘 많이 마셔버린게지. 당신의 몸도 마음도 거시기도 쓰러지셨던 거야.비틀거리며 도망가는 모습이 넘 안쓰럽더라.
난 배웠지, 음주는 적당히. 사랑없는 섹스는 술기운을 빌려서도 가능하지 않다는것.
하나님이 보우하사, 불발된 섹스로 난 가슴을 쓸어내렸어. 치기어린 시도였어.
다만, 나같이 술센 여자는 조심하시길...

앞으로 E,F,G ..... 사랑을 사유하며 성장한다.
연재도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