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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찌질한 수컷이야기 '북촌방향'

두더쥐와 너구리 ‘제멋대로 영화보기’

 전문가 아니면 정보를 얻기 힘들었던 시절, 비평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밥벌이 할 여지가 있었다. 전문가 보다 뛰어난 전문적 지식을 쏟아내는 인터넷 덕분에 대중은 전문가의 정보에 기대지 않아도 된다. 그러다 보니 영화 관련한 글 또한 배우와 감독에 대한 정보를 나열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저, 한 개인이 영화를 어떻게 봤는가 하는 관음적 글읽기 정도가 될 듯 하다. 눈치 챘겠지만 이것은 변명이다. 나는 그저 내 필터로 걸러보고 판단해서 쓰겠다는 의지를 보이고자 서문이 길었다. 어차피 돈받고 하는 일도 아닌데 뭘.

여하튼 이 영화수다 게시판은 두더쥐와 너구리라는 두 여자가 쓸 예정이다.

두 여자는 어둠, 잉여, 지하 뭐 이런 이미지를 갖고 있으며 다크써클과 특정부위 비만으로 가끔 고뇌하지만, 스스로 매력적이라고 암기하며 살고 있으며 글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직장에서 일하고 있다.

너구리가 두더쥐에게 홍상수의 ‘북촌방향’을 보자고 일방적으로 제안했다. 두더쥐 반응 ‘그럼 그렇지 재미없는 홍상수 영화 볼 줄 알았다’. 홍상수 영화에 대한 반응은 두가지, 재미있거나 혹은 재미없거나 이다.

그런데 성공이다. 두더쥐는 시종일관 웃었다. 그리고 재밌다고 한다. 난 확실히 재밌었다. 뭐가 재밌는지는 밝히지 않겠다. 앞으로 스포일러는 되도록 자제할 것이므로.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영화가 아니다. 이것은 고발 다큐다. 찌질한 수컷이 암컷을 꼬이기 위해 허영과 오바를 남발하며 소통하는 모습이나, 실은 다 알면서 모른척 하는 능글맞은 암컷의 명민함을 드러내는 그런 영화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밤과 낮’ ‘하하하’ ‘옥희의 영화’ ‘북촌방향’까지. 줄줄이 엮어서 하루종일 처박혀서 이 훌륭한 다큐를 감상해보시라. 남자에 차여 슬펐던 여자는 정신을 차릴 것이요. 여자보다 우월하다고 믿었던 남자들은 겸손해지리라. 참고로‘북촌방향’에는 강동구 고덕동 포장마차가 등장한다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