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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섹스

앎의 실천

첫키스는 전혀 날카롭지 않았다.
근육이 분리된 다리는 맥없이 꼬이고
구름양탄자를 타고 어딘가를 향해 질주하는 기분.
도대체 남의 타액맛이란게 전혀 느껴지지 않는 무색소무설탕의
덤덤한 맛. 입끼리 부딪히는데 왜 입만 빼고 모든 근육이 작동을 멈추는 걸까?
행위의 단순함에 비해 몸과 마음은 요동을 쳤던 그 순간은
죽을때까지 경험하고 싶어도 할 수 없으리라.

덤덤하다 못해 "오늘 저녁에 무슨식사를 하셨나요?"
 키스하다말고 묻고 싶을 정도로 여유를 찾으면 허전함이 몰려온다.
군입대 전 총깍딱지 떼준다고 여자애들 몰래 소근거리며
송별식 자리를 일찍 털던 사내아이들을 경멸하던 소녀가
어느덧 처녀딱지 떼지 못한 원죄를 괴로워하며
머리를 쥐어뜯는다.
그럴즈음
마구 분비되는 호르몬의 냄새를 맡고 하나둘 어슬렁거리며 사내가 다가온다.
오케이. 그러나 다가온 그는 전혀 쿨하지 않아 결혼하자고 징징대거나
혹은 너무 쿨하셔서 다음날 연락이 끊긴다.
이때, 맘에 드는 상대를 골라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야 한다.
"저랑, 하룻밤 주무실래요?"

케이블 채널의 대부분은 외화다.
가끔 왕건이를 건질 때가 있다.
적당히 야하고 작품성도 있는 것.
가령, 며칠 전 본 블랙엔젤과 같은 영화.
섹스장면에 돌입하니 몸이 꼬인다.
어랏!
포르노를 봐도 감흥이 없고
더럽다고만 생각했는데
영화의 한장면을 그렇듯 온몸으로 반응하며 볼 수 있단 말인가?
그럼 야동을 보는 사내들의 심정이 이런것이란 말인가?
이젠, 간단한 키스장면만 봐도
촉감조차 느낄 수 있는 감각의 달인이 되버린 느낌.

과연,
앎이란 얼마나 무서운가.
특히 몸으로 체득된 앎의 세계는
사람의 감각신경조차 전혀다른 세계로 안내한다.
음흠....

아직도 처녀딱지를 떼지 않은 후배를 만나
용기를 줘야겠다.

"조기교육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