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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섹스/그남자

소중한 친구

자아는 타자로 인해 만들어지는 걸까요?
차떼고 포떼고 홀로 덩그러니 서있는 개인은 그저 고깃덩어리에 불과할까요?
모든걸 받아주는 부모의 곁을 떠나서 온통 다른 타자들과 마주하면서 예상치 못한 자기자신을 발견하며 살아가는게
고통스럽지만 썩 나쁘진 않더군요. 유연함은 전제했을 때 가능하겠지만요.

그러나 그 통감을 피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친구라는 관계를 통해서 말이지요.  여기서 연애는 예외입니다. 조정의 가능성을 자존심으로 포장한 남녀의 관계는 더욱 고통스러울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생일아침에 친구가 시끄런 멜로디 카드를 보냈네요.
'소중한 친구'라는 닭살스런 멘트까지 말입니다.

굳이 '친구'를 강조하는 그 친구에게서 '통감에 대한 회피'의 마음을 읽었습니다.
나 또한 붕뜬 관계속에서 조정하고 변하느라 쉴새없이 달려온 길에서 잠시 쉬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지만 아직은 서로에게 큰 영향을 주고받지 않는 좀 먼 타자의 관계로
어깨를 빌리고 빌려주는 정도면 좋겠습니다.

동네에 맛난 커피숍이 있는데
친구가 좋아하는 아주 찐한 커피를 사주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