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과섹스/그남자

소개팅에 나온 이남자, 맘에 드세요?


그남자와 그녀는 만났습니다. 소비욕이 강하고 징징대는 오래된 여인과 헤어진 후 소개팅을 줄곧 해왔다는 그남자는 자립적이고 생각이 있는(?) 여인과 만나고 싶었드랬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런 욕구는 작자의 짐작일 뿐이지요. 그는 하루빨리 결혼에 성공하고 싶은 마음에 소개팅이나 선을 마다하지 않고 만나는 편입니다.

생긴것도 봐줄만하고, 더구나 나의 로망인 기타솜씨가 수준급입니다. 입다물고 있다가 기타치며 노래한곡 불러준다면야 '오빠~'를 연발하며 달겨들 여인이 많건만, 실은 나이들수록 그런 구애행위가 유치할 뿐이라는걸 알기에 수컷들은 성숙할 수록 그런 구애행위를 잘 하지 않으며, 암컷 또한 유전자 번식을 위해 알짜배기 수컷을 고르기위한 선택기제로 그러한 것들을 잘 활용하지는 않지요. 드라마와는 사뭇 다르다는걸 부딪히면 알게 됩니다.
여하튼, 저는 소개팅 주선자로서 그녀에게 그를 설명합니다.

"잘은 모르는데, 착하고, 능력있고, 학생때 운동도 했으니 현재 운동하고 있는 너에 대한 로망이 있을껄? 더구나 기타도 잘치고 노래도 잘해"
저는 그남자에게 그녀를 설명합니다.
"10년 넘게 지역운동을 하고 있는 친구입니다. 술을 좀 마셔줘야 말을 하고요. 일단 그녀는 속물과 술못마시는 사람을 싫어합니다."

그녀는 그날도 술한잔 하기 위해 그에게 차를 가져오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그러나 그 남자는 한사코 승용차를 가지고 갑니다. 저도 그의 차를 봤는데 차종은 모르지만 크고 좀 비싸보였습니다. 그는 대중교통에 익숙치 않거나, 혹은 차로 인한 자신의 재력(수컷의 매력중 하나겠죠)를 조금이나마 장식하려고 했을 겁니다. 소개팅 첫날이니 후자가 컸을수도 있겠지요.

그녀를 만나자 마자 주차공간을 찾아 30분을 헤맵니다. 그녀가 사는 동네는 정말 주차할 공간이 마땅치 않습니다. 더구나 그녀는 수컷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재력, 학벌 등의 구애장식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30분을 헤맨후 간신히 술집에 도착합니다. 예술하는 사람이라는 정보가 있어서 인지 그녀는 고흐그림이 여기저기 전시되어 있는 고상한 술집을 선택합니다.
"여기엔 고흐그림이 많아요"
눈을 동그랗게 뜬 그남자
"고흐가 누구죠?"
"... ..."

그녀는 기침을 서너번 하고 대화를 이어갑니다. 서로에 대한 간단한 정보를 나눈뒤 주선자인 저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꺼내봅니다.

"마돈나는 어쩌구저쩌구"
남자는 저에 대한 정보를 거의 모르고 있는 상태이니 분위기를 전환하려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 동네에는 커피를 갈아서 직접 만들어 드시는 분이 계신데요, 참 대단합니다. 재주가 많은 사람이예요"
"아, 마돈나가 이야기했던 그사람이군요. 동네에 바리스타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마돈나랑 매주 목요일 자전거도 탄다고 하던데요?"
눈을 동그랗게 뜬 그남자
"바리스타가 뭐죠?"

좋습니다. 그런 상식쯤 몰라도 됩니다. 일상생활에 매몰되어 있다보면 모를수도 있죠뭐. 그녀는 그남자의 인생관에 대하여 슬슬 말을 겁니다.
"운동 하셨다면서요?"
"운동요? 에효. 전 후회합니다. 운동을 안했으면 직장도 좋은데 얻고, 벌써 결혼을 했을거예요"
"운동때문에 결혼못하는 사람도 있나요?"
"그때 공부하고 성공했으면 결혼을 벌써 했다는 말이지요"
이쯤되면 그녀의 얼굴은 일그러집니다. 운동에 대한 로망은 개뿔, 마돈나 너 죽었어.
하지만 그녀는 소개시켜준 사람의 얼굴을 생각해서 최대한 친절한 모습으로 미소짓습니다.
"결혼을 꼭 하셔야 하나보죠?"
"그럼요 꼭 해야죠. 저는 부모님 부양해야 하기 때문에 결혼해야 합니다."
"띠용~~~"

소개팅에서 이런말 하면 "전 당신이 맘에 안듭니다"로 받아들여야 하는겁니다. 통상적으로 말이죠. 그런데 그녀 말로는 그남자는 진심으로 느껴졌답니다. 진심으로 진심으로 효도하기 위해 결혼하겠다는 거지요. 그래서 조급하기도 하고요. 운동도 그렇습니다. 학교 졸업후 운동한것도 아니고 그저 그시대에 발에 채일정도로 많은 학생들이 돌한번 들었을 뿐이고, 그남자 또한 졸업후에 사회생활을 했고 지금은 작은 사업장의 사장입니다.

스펙이 그리 결혼에 꿇리는것도 아닌데 왠 피해의식일까요?
좋습니다. 거기까지도 그렇다 칩시다. 그녀는 친구들에 대해 묻습니다.
"친구분들은 어떤 분들이세요?"
"아예, 결혼한 친구도 있고 안한 친구도 있는데요 5명중 대부분이 알콜이나, 스타에 빠져 있지요. 저도 밤새 스타하고 있습니다."
"띠용~~~~~"
40을 바라보는 그남자는 스타를 하느라 밤을 새는게 유일한 취미라고 합니다. 이건 뭥미.
그남자는 시종일관 그녀의 가치관, 인생관에 대해 "멋있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전혀 다른 인생관에 대해 멋있다는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은 어쩌면 '철좀 들어라'의 다른 말일수도 있겠습니다.
그남자는 저를 보면서도 '멋있게 사시는 분'이라고 추켜세우거든요. 그 뉘앙스 안봐도 비디오입니다.

결국, 그남자는 부모부양 잘할 착한 여자를 만나야지, 이렇게 시간을 소비하면 안됩니다.
그남자가 가부장적인걸 알고는 있었지만 뭐랄까, 동갑인 나를 대할때 깍뜻하고 함부로 말을 놓지 않는 매너정도는 있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그녀에게 대짜고짜 반말을 하더랍니다.
그남자에게 있어서 그녀는 소개팅에 나온 '여자'고 나는 추진위원장의 '사모님'이었던 것입니다.
처음만난 여자를 보고 어떻게 쉽게 그렇게 말을 놓을 수 있었던 건지. 그녀 인상이 그리 수더분한것도 아니고 말이지요.

만약 내가 소개팅에서 그남자를 만났더라면 어땠을까요?
그녀는 제게 그러더군요.

'당신, 마돈나 만났으면 벌써 한방 먹었을거얌'

그녀는 정말 안타깝게 제게 부탁했습니다.
"야, 그남자  모임을 계속 함께 할거면 교육좀 시키든가, 아니면 술값이나 많이 내라고 해"

정말 효자일까요? 아니면 가부장제에 학습된 희생양일까요? 열심히 착하게 살았을 뿐인 그남자는 소개팅에서 매번 이렇게 퇴짜맞을까 걱정입니다. 수컷공작의 꼬리가 생존의 위험을 무릎쓰고 부채처럼 현란하게 변화한 것은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기 위한 성선택이지요. 인간도 마찬가지로 생존의 위험을 무릎쓰고서라고 구애도구를 개발해야 합니다. 전설의 고향도 아니고 부모부양과 효도는 전혀 구애장식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또한 자신감 없게 무조건 상대방에게 멋지다뇨.

수컷만 화려하게 장식하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암컷도 좋은 씨를 알아보기 위해 본인도 성선택 기제를 개발합니다. 결국 암컷이 지적인 수컷을 원하면 스스로 지적으로 변화합니다. 그래야  지적인 수컷을 알아볼 수 있겠지요. 유머스런 수컷을 알아보려면 암컷은 유머를 개발합니다. 마찬가지 이유입니다. 재력있는 수컷을 원하면 미모를 가꾸겠지요?

쌍방향 노력으로 성성택을 이뤄지는 것이지 수컷만, 암컷만 구애장식을 하는건 아니겠지요. 선택받기를 원하는 수컷은 수컷대로, 원하는 유전자를 선택하기 위한 암컷은 암컷대로  머리에 쥐가나도록 고민한다는 겁니다.

물론, 단기성선택은 예외지요. 수컷은 양육의 부담이 없기 때문에 섹스상대에 있어 그리 고민을 하지 않지만, 암컷은 단기선택도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차이는 있습니다. 잘못 걸렸다가는 양육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위험에 빠지게 되니까요. 딴소리지만 남자들이 왜 그리 단기성선택에 있어서 섹스에 약한지 이해가 될듯도 합니다.하지만 결혼을 염두한 만남은 장기성선택이기 때문에 서로가 다 까다롭게 가려서 만나려고 할겁니다.


그녀는 그녀의 인생관에 맞는 사람을 선택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모조리 동원하여 수컷을 고르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그남자의 구애장식은 '자동차'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거지요.

저도 고흐를 모르는 사람은 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