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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기

새세상

이 열렸습니다. 느므 좋습니다. 얼마전 보험을 해약하고 드디어 시력교정수술을 받았습니다. 몇년을 고민한 끝에 라식수술대 위에 올랐고, 오랜 고민과 두려움이 무색하게도 15분 만에 수술은 끝나고 말았습니다. 커야 할 것은 작고 작아야 할 것은 큰 이상한 외모의 소유자인 저는, 기특하게도 각막은 보통보다 두터웠습니다. 그래서 라식을 했지요.

그러나, 눈알이 보통사람보다 작은 탓에 눈을 까뒤집는 기계로 최대한 눈을 벌려야 했습니다. 평균보다 못하다는 건 정말 고통스러웠습니다. 단추구멍같은 눈깔이 너무 원망스러웠지만, 동공 또한 남들보다 작아서 수술후에 자외선이나, 먼지의 유입으로 인한 부작용은 덜할 것 같습니다. 선 성형(앞트임 뒤트임), 후 라식이었어야 했습니다.

수술대에서 일어서자 마자 새세상이 열렸습니다.
병원 유리창 너머 빌딩의 간판이 다 보일정도라니. 정말 이지수술, 권하고 싶습니다.

지하철 타고 집에 오면서 저는 생각했습니다.
어떤 선택이든, 결정이든 고민, 두려움, 공포에 들이는 시간이 아깝다는 것이지요.
그 고뇌의 시간은 제 삶을 변화하는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고뇌의 시간은 '포기'로 가는 길로 안내할 뿐이라는 것이지요. 
데카르트 말처럼 어떤 비논리에 의해 선택하고, 그 선택에 맞는 논리의 길을 걸어갈 때 산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라식은 눈만 밝혀준 게 아니고, 삶에 있어서 선 선택, 후 실천에 대한 강한 의지를 심어 주었습니다.
선택하고 나면 별게 아니겠지요? 이별도 그렇잖아요. 헤어질까말까 열라 고민했지만, 일단 헤어지고 나면 오히려 속 시원한 경험이 있을겁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그리 죽을거 같진 않단 말씀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