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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가니

무진 자애학원.
광주 인화학교.

아직도 몇십억원의 세수로 운영되는 청각장애인학교.
2005년 PD수첩에 방영된 광주 인화학교 사건을 기억하는가. 교장과 교직원이 청각장애아를 성폭행, 추행한 사건이다.
다른 언론은 잠잠했지만 공중파 방송이 될  정도면 폐교됐겠거니 했었다.
한데 소설화,영화화 될 때까지 버젓이 운영되고 있었다.

당시, 내가 사는 동네서도 인권유린한 강동천사주간보호센터가 있었다. 후원비,정부지원금 아끼느라 아이들에게는 곰팡이 난 빵을 먹이고, 그 돈으로 사리사욕을 채워왔던 그곳. 문제제기한 선생은 해임되고, 투쟁한 결과 그곳은 잠시 폐쇄됐다가 다시 문을 열었다.
페쇄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부모들의 반대가 있었다. 그런 곳이라하더라도 당장 맡길곳이 부족했기 때문.
결국 선생들은 다른 지역에 자비로 어렵게 시설을 만들었다. 내부고발자로 소문나서 취직도 어렵기 때문이었다.

현실은 소설이나 영화보다 끔찍하다. 뿐만 아니라 더 억울하고 부당하다.
입다물고 있었다면 계속해서 아이들을 썩은 빵을 먹고, 선생님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겠지.

"그게 현실이야"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나 가지"
"내 일도 아닌데 뭘"
"나서면 손해야, 정의가 밥먹여주냐?"

인화학교 교장과 그를 법적으로 보호한 법원보다 그런 사람들의 반응에 더욱 분노를 느낀다.
아니, 내가 그렇게 무심해질까봐, 아님 인권침해에 저항했던 사람들이 후회할까봐 두렵다는게 더 맞을 것이다.

도가니를 보고 다시 그때를 회상했다. 그리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

저런 소리를 하는 인간들은 실제 제대로 싸워본 인간들이 아니다.
정말 투쟁의 한복판에 있었던 사람에게 물어보라. '후회하는가'라고. '그때 함께하지 않았다면 평생 후회했을 것이다'라고 역으로 답하는 이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영화의 배경은 안개많은 무진.
왜 무진인가. 영화 도가니는 고발을 넘어, 어떤 방향으로 안개속을 걸을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안개가 걷히고 나면 반드시 해피엔딩이라는 보장이 없다. 
하지만 안개가 걷히고 나서 내 안의 양심의 법이 어떻게 작용했는가는 자신만이 알 수 있다.

세상엔 무수히 많은 문제와 이슈가 발생한다.
'지못미' 외치며 죄책감을 느끼는 자신에게 면죄부를 줘왔던 많은 순간들.
큰 것 못하더라도 자잘하게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해야겠다는 결심.

도가니가 불편한건. 성폭행 장면 때문이 아니라.
그때 왜 그 인화학교와 관련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는가 라는 후회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