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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공동선의 철학이 충돌한다

선출직공직자의 중도사퇴 관련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주민은 그 보도를 접하고 이런저런 민원으로 우리단체를 찾는다.
암사동, 재건축 아파트 전실설치와 관련, 안전문제때문에 민원인이 방문한 바 있다.
주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지라 문제의 지역을 방문했다.

외관이 수려한 아파트.
시어머니 못찾아올 만큼 어려운 아파트 이름.(난 가는내내 자꾸 까먹어서 문자를 주고받았다.)
문득, 이렇게 잘사는 주민의 민원까지 해결해야 하는가.
그들을 위해 가난한 활동가가 택시까지 타고 친히 방문해야 하는가.
잠깐, 회의가 다가왔다. 아파트 외벽때문이 분명하다.

주민은, 공무원의 무책임한 태도에 분노하고
안전에 위협받는 데 불안해하고
더불어, 소문나면 집값떨어질까 우려하기도 했다.

분명 주민은 분노할만하다.
모델하우스와 달리 전실설치는 못하게 되어있고
구청은 단속하고, 수려한 외곽과 달리 안은 엉망진창이었다.
마치 숨바꼭질 놀이 하게끔 일부러 만들어놓은듯,
옆집에 사람드나드는 걸 전혀 눈치챌 수 없을 정도.
순수한 마음에서 전실설치를 요구하는 이들의 마음을 충분히 알 수 있겠다.

난 헷갈렸다.
주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얼마 남지 않은 에너지를 쓸 것인가.
아니면 모르쇠 할 것인가.

난 이야기 했다.
"우리단체는 100명정도의 회원으로 운영되는 동호회수준이랍니다.
활동가수도 적고, 생각하시는것 만큼 파워가 있지도 않지요.
그래서 우선순위를 정합니다.
되도록 소외받는자, 되도록 여러사람에게 이득이 되는 것으로 일을 합니다.
아파트 주민이 힘을 모을 수 있다면 스스로 해결하세요.
시민단체가 모든것을 대신해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말했다.
정말 아이들의안전을 위해서 전실설치를 하시겠다고 하면
주민과 함께 안전지킴이를 조직해서 스스로 아파트 자치를 확립해보시던지,
아니면, 안전을 위한 장치를 자치단체가 할 수 있도록 강하게 푸쉬하시라고...

그리고 그곳을 뒤로 하고 왔다.
어느분은 고마워하고
어느분은 건질것이 없다고 생각한듯 하다.

멀미날것같이 높은 아파트 한복판에
서서, 난 헛웃음이 나온다.

사람들이 겪는 상실감은
차이가 많다.
오늘 한낮에는 자식을 패고 부려먹는 부모밑에서
휴식처를 찾아온 아이들과 밥값을 걱정하며 저녁을 때우고
한밤에는 전실설치로 인해 안전과 재산권을 걱정하는
넓은 평수의 주민과 함께 했다.
아이들의 상실감과
이곳 주민의 상실감은 분명 다른데
느끼는 고통은 비슷한가보다.
주민들은 한밤 내내 내게 고통스럽게 호소했으니까.

멀리사는 후배를 기어코 불러내
맥주한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