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과섹스

고해성사

크자비에르의 눈에 비친 프랑스와즈는 손아랫사람을 위한다는 핑계로 자신을 괴롭히는 악랄하고 가증스러운 어른, 그것이 크자비에라는 타인의 의식에 각인된 프랑스와즈의 이미지. - 사르트트와 보봐르의 계약결혼 중 -

크자비에르는 프랑스와즈와 계약결혼한 남자의 어린 애인이다. 보봐르와 올가의 관계와도 비슷하다. 보봐르의 계약결혼이란 소설을 읽으면서(소설이라기보다 자전적 에세이정도 될까?) 보봐르의 이중성을 감지했다.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올가를 아끼는가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지만, 불타는 질투심을 억제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크자비에르가 등장하는 소설을 쓰지 않았는가. 소설에서 프랑스와즈는 크자비에르를 죽인다. 소설은 가상현실을 가장하여 보봐르의 심정을 직설적으로 풀어낸다. 직업이 작가이니 가능했겠지만 솔직하지 못한 처사다. 그녀는 다른 소설이 아닌 '계약결혼'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질투심에 불탔는가를 솔직히 고백했어야 했다.

몇달전 이쁘디 이쁜 그녀는 선배인 나에게 '그'가 자신에게 했던 구애에 대한 이야기를 어렵게 꺼냈다. 그건 우연이 아니라, 나의 집요한 질문때문이었다. 괜찮아, 괜찮아를 몇번씩 되풀이하며 비밀을 보장이라도 해주듯 진지하게 경청했다. 그녀가 말한 몇명의 그들 중에서 유독 '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때 내 귀는 '그'의 행위에 대한 이야기만 걸러서 윙윙거렸다. 진지하게 듣고 '시작해보라'고 충고하는 내 자신은 적어도 그때 내 감정따윈 희생해도 좋다고 하는 마더테레사보다 더한 '자비'를 베풀고 있었음은 물론이다. 한마디로 위선자가 된셈.
듣는 동안 괴로우면서도 더욱더 경청하는 자세로 많은 이야기를 끄집어낸 나는 마조이스트가 되어 채찍맞으면서도 더욱 '세게'를 외친셈이다. 침도 질질 흘리고 눈물도 질질 흘려서 몸의 구멍에서 나온 각종 액체들로 버무려진 찐득한 느낌으로 돌아온 그날이 갑자기 생각난다.
질투가 천한 가치관이라며 고상한척 글을 남기고, 타인의 뒷다마에 그녀를 옹호하는 행태도 서슴치 않았다. 참으로 정직하지 못한 나였다.

마광수의 '나는 헤픈여자가 좋다'란 에세이집을 읽으면서 그날이 떠오르는건 왜일까. 나의 욕망에 솔직하지 못했던 그때, 고상한 캡슐에 들어앉아 제3자로 가장하던 그때, 내가 가진 나이많은 선배라는 권위로 적극경청을 가장해 사실을 파헤치려했던 그때, 욕망과 이성 사이에서 갈등하던 그때 난 '속물'이었다.

오늘, 난 고해성사를 한다.
그리고 조금더 정직하게 살아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