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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섹스/그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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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머리 "거머리가 다리에 붙어있다고 다리를 사랑하는 건 아니잖아?" 김어준 총수의 말. 그런데 다리는 자꾸 거머리가 자기를 사랑한다고 착각하지. 그게 여자야. 헤어지지 못하는 연인들, 특히 아직도 그 남자가 자기를 사랑한다고 착각하는 여자들이 명심해야 할 말.
도대체 거시기랑 무슨 관련이 있는거냐구? 날카로운 분석으로 유명한 그녀를 만났다. 난 그녀로 하여금 내가 만날 수 없는 부류에 대한 재미난 정보를 듣는다. 그녀는 글쓰는 내게 있어 그런 사람들과의 만남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곤 한다. 하지만 살아온 방식이 달라도 너무 다르고 생각의 수준(쪼매 건방진 소리지만)이 달라서 흥미가 없기는 하다. 난 그래서 그녀를 만날때 다른사람과 동행하는 것을 싫어한다. 여튼, 그녀는 매사에 앙칼지고 단호한 보수성을 가지고 있다. 애두고 집나간 년, 바람피운년놈, 애매하게 남주기 싫고 자기도 같기 싫은 놈, 머리에 든거 없이 잘난척 하는놈 한방에 까버리는 통쾌함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찔리기도 했던 터. 난 정말 그녀가 그렇게 극단적으로 말하는 게 진실인가 궁금했었다. 아니었다. 그럼그렇지. 그녀는 그렇게 극단적..
인형의집'로라'를 만나다 안다. 헤어지는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글자 몇개 없고 명쾌한 그림으로 확실한 메세지를 전하는 그림책같은 삶은 없다는것을. 누구나 다 그러하듯이 나도 그들처럼 그러하게 살 수 없다는 걸. 그녀는 안다. 사랑하는 그를 만나고 용기내어 인형의 집을 나섰지만 누구도 그녀를 온전히 받아주는 곳이 없다는 걸 왜 모르겠는가. 다시 만난 그도 여전히 불안한 존재일 뿐, 그녀가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따뜻한 사랑따윈 아니라는것을 그녀는 안다. 어쩌면 집을 뛰쳐나올때보다 지금이 더욱 어려울지 모를 일이다. 그녀가 지금의 그에게 가기까지 견뎌낸 파고만 하더라도 집채를 삼키고 남을 만큼 높고도 깊었으리라. 그녀는 또다시 이별을 준비한다. 떼어내도 감각없는 굳은살이 박혀버린 그녀의 심장. 쓸쓸하지만 그렇게 이별하고 또 만나겠지...
안도 후배는 SOS를 보내왔다. 그녀가 힘든줄 알면서 눈을 맞추지 않고 시시껄렁한 대사만 때리곤 했다. 혹여, 내가 감당못할 폭탄발언을 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소모된 에너지를 감당할 수 없기에 다른사람의 고민은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후배는 그녀와 일하기 힘들어했다.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기꺼이 행복하게 관계맺지 못하는 데 대한 자책이 심했다. 엉뚱한 반응과 과도한 참견, 모르는 바를 인정하지 않는 등. 나도 간혹 그녀를 스치면서 걸리는 부분이 있었던 터. 후배는 미워지는 자신의 감정에 자책하고 있었다. 그녀는 결과적으로 후배를 괴롭힌 꼴이다. 하지만 그녀는 바짝 긴장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 잘하고 싶은 욕심 때문에 할 수 없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고 긴장때문에 오버해서 호응하고 참견한 건 아니..
쨍하다 다양한 휴먼네트워크(또라이중심)를 자랑하던 나도 매번 관계를 시작할땐 더듬거린다. 그만큼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탐색을 마치고 신뢰를 형성하기까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요며칠을 또 더듬거렸다. 그리고 정리했다. 자연스러운거겠거니 했다. 걸리적거리는 걸림돌이며, 구덩이며 잘 피해가려면 더듬이를 확 곤두세울수밖에... 난, 잘해낼거라 믿었다. 부자연스럽게 안그런척하지 않고 더듬거리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것도 그리고 믿었던 만큼 쿨해졌다는것도 그래서 맹목적인 환타지로부터 벗어나 눈꼽만큼일지언정 신뢰라는 알갱이를 모아갈수 있다는 것도 마돈나, 넌 단순한거니? 아니면 정말 관계의 달인이니? 푹자고 일어나니 기분이 쨍하다. 갠지즈강에서 노젖는 아이와 청년 그들은 이배, 저배를 갈아타며 호흡을 맞춰 노를 저었다. 어리..
현실은 날카롭다 손톱을 길렀다. 매니큐어를 칠했다. 몇벌의 옷을 구입했다. 렌즈를 끼고 화장도 했다. 주변사람을 소외시켰다. 자주 핵심을 잃는 내게 언니는 "너답지 않다"고 말했다. 세상은 나를 중심에 두고 공전했다. 내가 믿고싶은대로 믿을때 참 예뻤다. 그리고 손톱을 잘랐다. 설거지하기 편했다. 신용카드 영수증이 날라왔다. 옷을 구입하지 않기로 했다. 렌즈는 아프다. 그냥 안경을 쓰기로 했다. 내옆에 누가 있었더라. 이름을 불러본다. 미안했다. 세상은 각자 자전하고 있었다. 내가 믿고 있던 사실이 거짓임을 알았을때. 난 쓰게 웃었다. 그녀는 말했다. 자기애가 강해서 다시 시작하기 두렵다고. 난, 후회하기 싫어서 시작했는데 짧은 단편이 되고 마는건가. 단편도 기승전결이 있기마련이지만 말이다. 현실은 참 날카롭다.
맘에드는그여자의 프로필 1972년 8월 27일 중앙의료원에서 태어남 인큐베이터에 갈 정도로 미숙아였음 집에선 자폐아처럼 말도 않고 잘 웃지도 않고 살았음 초등학교때 관중을 웃기며 쓸쓸해 했음 4학년때 노을을 등지고 하교하면서 자살을 결심했음 담임선생의 방해로 다시는 일기에 자살같은 이야기를 쓰지 않음. 중학교때 인생의 황금기 공부잘하고 인생이 즐거웠음. 고등학교때 공부안하고 책만 읽었음 패배의식도 심했고 너무 쓸쓸해했음 대학교때 한놈과 연애질을 무려 5년이나 했음. 글빨 날리고 싶었으나 교수가 하도 지랄해서 펜을 꺽어버렸음 다시는 글을 쓰지 않겠노라고... 20대초반 출판사. 신문사를 전전했음 박봉에도 열심히 살았음. 능력도 없고 빽도없어서 자괴감이 심햇음. 그러나 열씸히... 20대 중반 사랑하고싶었음. 그러나 결국 70년대..
재활용통으로 가야할 것은 사디즘 청소하려니 여기저기 옷이 널브러져있다. 옷걸이찾아 헤맬정도로 옷이 너무 많다. 덥다. 행거째로 재활용통에 넣고싶은 욕구가 솟구친다. 필이 꽂혀서 구입했고, 한때는 샴푸로만 옷을 세탁했다. 올하나 나갈새라 초조하던 옷들. 정육점 벌거벗은 고기처럼 행거에 주렁주렁 달려있다. 사랑해주지 않아서 더욱 꼬깃꼬깃해진 옷가지들. 다시한번 걸쳐보려고 해도 왠지 내가 가진 것들은 초라해보인다. 상점 쇼윈도에서 빛을 발하던 녀석들이 왜 우리집 행거에 걸리면 초라해지는지. 다리미질도 소용없다. 더이상 몸에 걸치기가 짜증난다. 어쩌다 길거리에서 나와 똑같은 옷을 걸친 사람을 발견하면 나름 괜찮아보인다. 그 옷이 그렇게 괜찮은 옷이었나 싶어, 그날 저녁 집에 돌아와 걸쳐본다. 흠. 괜찮다. 내가 소유한 것들이 왜 초라해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