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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섹스/그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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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친구 자아는 타자로 인해 만들어지는 걸까요? 차떼고 포떼고 홀로 덩그러니 서있는 개인은 그저 고깃덩어리에 불과할까요? 모든걸 받아주는 부모의 곁을 떠나서 온통 다른 타자들과 마주하면서 예상치 못한 자기자신을 발견하며 살아가는게 고통스럽지만 썩 나쁘진 않더군요. 유연함은 전제했을 때 가능하겠지만요. 그러나 그 통감을 피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친구라는 관계를 통해서 말이지요. 여기서 연애는 예외입니다. 조정의 가능성을 자존심으로 포장한 남녀의 관계는 더욱 고통스러울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생일아침에 친구가 시끄런 멜로디 카드를 보냈네요. '소중한 친구'라는 닭살스런 멘트까지 말입니다. 굳이 '친구'를 강조하는 그 친구에게서 '통감에 대한 회피'의 마음을 읽었습니다. 나 또한 붕뜬 관계속에서 조정하고 변하느라 ..
소개팅에 나온 이남자, 맘에 드세요? 그남자와 그녀는 만났습니다. 소비욕이 강하고 징징대는 오래된 여인과 헤어진 후 소개팅을 줄곧 해왔다는 그남자는 자립적이고 생각이 있는(?) 여인과 만나고 싶었드랬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런 욕구는 작자의 짐작일 뿐이지요. 그는 하루빨리 결혼에 성공하고 싶은 마음에 소개팅이나 선을 마다하지 않고 만나는 편입니다. 생긴것도 봐줄만하고, 더구나 나의 로망인 기타솜씨가 수준급입니다. 입다물고 있다가 기타치며 노래한곡 불러준다면야 '오빠~'를 연발하며 달겨들 여인이 많건만, 실은 나이들수록 그런 구애행위가 유치할 뿐이라는걸 알기에 수컷들은 성숙할 수록 그런 구애행위를 잘 하지 않으며, 암컷 또한 유전자 번식을 위해 알짜배기 수컷을 고르기위한 선택기제로 그러한 것들을 잘 활용하지는 않지요. 드라마와는 사뭇 다르다는..
하나도 배우지 못한 것이 없다3 사실 돌이켜보면 내가 만난 남자가 적지 않았다는걸 알 수 있다. 벌써 i까지 왔으니 말이다. 그것도 십수년전 일이니. 마치 부록같은 만남이어서 그가 제외되었나 보다. 그런데 문득 그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아마, 숏버스라는 영화를 봐서일거다. 동성애자인 남자가 다리를 거꾸로 들어서(요가자세) 자신의 페니스를 애무하다가 사정하는 장면부터 숏버스 안에서 떼거지로 섹스하는 장면을 보면서 가슴이 울컥해졌다. 정신과 육체는 동일값이고, 결국 육체적 사랑도 정신적 사랑과 다를 바 없다는 것. 정신의 오르가즘, 육체의 오르가즘 모두를 갖추면 금상첨화겠지만 둘중의 하나가 안된다면 노력해야 하는법. 노력으로 가능한건 어쩌면 후자일지도 모를 일이다. 온전히 육체가 정신을 지배할 수 없고, 정신이 육체를 지배할수도 없다. ..
당신께 봄이니까, 뜬금없는 추억을 이해해주세요. 그러니까, 갑자기 오늘 밤 거리를 휘청이며 걷는데 당신생각이 나더군요. 연세 많으신 어르신들과 막걸리 한잔을 걸치고 시끌벅적한 천호동 로데오 거리를 걸을 때였어요. 겨울에도 바람은 불었는데, 유독 여름을 앞둔 따스한 바람은 마음을 그렇게 후비는지요. 당신이 소리쳐 나를 부르던 그 천호동 사거리 말입니다. 그때가 언제였던가요? 아마도 2001년인가 그때의 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코뮨적 삶에 경도되었지요. 지역공동체활동에 온몸과 정신을 맡겨두고 살았드랬습니다. 적은 활동비 가운데 차비만 제하고 모두 적금에 붓는 살뜰한 주부이자, 아이의 엄마였어요. 산후조리를 제대로 못해서인지 몸은 불을대로 불었고, 조기축구회 티셔츠정도나 몸에 맞을까, 처녀적 옷은 걸쳐보지도 못..
고백 철든사람 특유의 자기관리는 더 슬프다. 난 안다.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게 최선이라는 것을. 이건 얕은 쿨함과는 거리가 먼, 그러니까 인생의 경륜이 가져다 준 관계의 지혜에 더 가까운 것일 수 있다. 그에게 할부끊 게 할 수 없어서 오늘은 나의 감정을 말하고야 말겠다고 결심했다. 단 둘이었으면 좋았겠지만 회의를 마치고 가는 길이어서 본의 아니게 증인도 함께 자리를 했다. 동대문에 가면 북어포를 파는 슈퍼가 있다. 외형은 슈퍼이지만 실은 선술집이다. 여름에는 문닫힌 등산용품가게 앞에 파라솔을 펴고 밤샘 장사를 한다. 그러나 오늘은 추운 탓인지 몇평안되는 슈퍼안에 손님들이 옹기종이 모여서 술을 마신다. 마침 북한과 남한의 축구경기가 시작됐다. 한 테이블의 청년들만 관심을 가질 뿐 나머지 손님들은 그닥 관심을 ..
아저씨 홍은 팔딱이는 생선같은 사람이었다. 적어도 내가 기억하기론 말이다. 남들에 비해 일찍 한 결혼만 아니었어도 당장 직장을 때려치우고 활동가로 살고싶었던 사람이었다. 체크남방을 즐겨입었고 항상 배낭을 메고 다녔다. 경상도 사투리 약간 섞인 말투에 한진지했던 그와 나,명 셋은 대학원 수업 중간중간 계단서 연기를 피우곤했다. 살맛나는 세상을 어떻게 만들것인가, 계단서 우리는 제법진지한 날들을 보냈었다. 그리고 오늘 7년만에 홍을 만났다. 우연히. 조직가 훈련을 신청한 그의 서류를 보니 격세지감. 강의시작후 뒤늦게 문을 연 홍을 보는 순간 또한번 격세지감. 그는 살이 무려 10킬로나 쪄있었고, 소복했던 곱슬머리가 슝슝 뚫려있었다. 그동안 술을 너무 많이먹어서 말이야... 쑥스럽게 웃는다. 우린 그때처럼, 쉬는 시..
허브티 미나리깡 옆에 앙증맞은 찻집이 생겼다. 철학원을 가장한 점집옆에 포장마차옆에 허브티라... 기껏해야 한시간에 서너명 지나갈만한 쓰러져가는 건물에 노란페인트는 생뚱맞다. 가난한 주택가에서 프랑스의 모닝커피를 연상케하는 작은 찻집. 분명 서민들이 흘리고 다녔을 막걸리 냄새를 쓱싹쓱싹 걸레질하고 있는듯한 모습. 오픈날을 기다렸다가 사무국 활동가들과 고상한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해물과 치킨샐러드를 시키면 스파게티가 제공된다. 뭔가 바뀐듯하다. 엉성한 내부인테리어를 쑥쓰러워하며 주인장이 예쁜 그릇에 최대한 멋부린 음식을 내놓는다. 간이용 버너에 스파게티 요리라... 그것도 좀 우스꽝스럽다. 소박하고 깔끔한 커피잔에 향긋한 커피. 고상하게 시럽을 부으려는 순간 모기한마리가 빠져서 허덕인다. 그것도 좀 우스웠다...
속시원한 노래 Time goes by so slowly Time goes by so slowly Time goes by so slowly Time goes by so slowly Time goes by so slowly Time goes by so slowly 시간은 너무 천천히 흘러가지 Every little thing that you say or do 네가 말하는 그 모든 사소한 말들에 나는 I'm hung up 질렸어 I'm hung up on you 더이상 너하곤 볼 일 없어 Waiting for your call 네 전화를 기다렸던 Baby night and day 밤낮을 생각하면 I'm fed up 진절머리가 나 I'm tired of waiting on you 난 너를 기다리는데 지쳤어 Time go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