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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기

김어준과 허지웅 색깔이 다른 깔때기


시사인  214호에 기재된 허지웅 칼럼 '김어준은 모세인가?' 에 대한 비판.

허지웅의 말을 요약해보자면 사실관계를 확인하지도 않고 나꼼수를 맹신하지 말라는 경고.
전국의 젊은이가 나꼼수에 위로받고 열광하고 있는 가운데 찬물을 끼얹은 격이지만 그 경고는 유효하다.
곽노현 교육감을 비롯해 박원순, 심지어 홍준표까지 김어준은 자신이 인터뷰한 인터뷰이들에 대한 느낌을 순전히 개인적인 느낌과 판단, 직관으로 호불호를 이야기한다. 또한 예언도 마구 던진다.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예언이 되어 나꼼수 전파를 타고(팟캐스트는 전파가 아닌데 여튼) 우리의 가슴을 어루만진다.

난 금요일 꼬박 나꼼수를 기다린다. 주진우 기자의 팩트 말고는 그리 내용에 많은 관심을 갖지는 않는다. 다만, 같은 뉴스가 실리더라고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구나 하는 소스를 얻기도 하고 일단, 격조높은(?) 시사개그여서 좋다. 온갖 소설과 음모가 난무하지만 사실 그것을 모두 사실로 받아들이고 타인에게 그것이 사실인것 처럼 떠들고 다니지도 않는다.

허지웅씨가 지적했던 것처럼 종교의 영역으로 넘어간 부분은 단 한가지. 주변에 마구 나꼼수 들어보라고 전도하는 정도?
그렇다고 억지로 이어폰을 귀에 꽂아주거나  안 들으면 지옥간다고 협박하지도 않는다.

난 김어준의 예언자적 발언과 무학의 통찰 운운하며 자화자찬하는게 그리 밉지 않다. 문화방송 라디오에서 가끔 전문가에게 깨지기도 한다. 믿으라고 하고, 직관이 맞다고 마구 떠들고, 아님 말구 씨발~ 하며 무책임하게 이야기한다. 그에게 받을 것은 비판적 사고, 쫄지 않아도 된다는 위안 정도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수구세력은  생계를 빌미로 순종을 조종했고, 좌파는 죄책감을 빌미로 침묵을 조종했다.
그러나 그것이 뭐 별거냐? 하는 식으로 떠들어 주니 얼마나 좋은가. 그정도 위안받고 좋아하고 열광하는 것이 회의주의자의 눈에 그리 아니꼽단 말인가.

난 오히려 허지웅의 깔때기가 껄끄럽다.
나꼼수에 열광하는 대중의 어리석음을 우려하고 비아냥거리는 지식인의 우월의식은 깔때기로도 다 담을 수 없다.
허지웅씨가 생각하는 것 만큼 나꼼수를 즐겨 듣는 사람들이 무지몽매한 신도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대중은 지도자나 예언자를 기대한다. 요즘처럼 살기 팍팍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H.G. 웰즈(영국의 공상과학소설가)가 그랬듯 "다 큰 어른에겐 지도자가 필요없다"고 생각한다.
지도자를 갈망하지만 지도자의 선동에 휘잡히지 않을만큼 어른이 되어야 한다. 나꼼수 팬이 나, 그리고 청취자들 그정도 수준은 갖춰다고 본다.

김어준은 모세 보다는 그리스로마신들 중에 마구 지르기 좋아하고 본능적인 것에 관심많은  이름도 없는 신 중에 한명 정도에 비유할 수 있다. 그도 그걸 더 좋아하지 않을까?

"허지웅씨, 이 틈을 타, 회의주의를 앞세운 경고 따윈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식인의 우월감 인증받으려는 글로밖에 읽히지 않는군요.그 정도의 경계와 판단은 하고 사는 어른들입니다"

김어준의 깔때기와 허지웅의 깔때기는 색깔부터 다르다.
김어준은 대놓고 잘난척, 허지웅은 음흉한 잘난척.
빨간 깔때기. 회색깔때기.

물론, 회의주의자는 똑똑해보인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것과 같다. 이건 타쯔로리타 신조.